연기자도 대본도 없다…'AI 크리에이터' 첫 투자 유치[마켓인]

경제

이데일리,

2026년 7월 30일, 오후 05:59

[이데일리 마켓in 송승현 기자] 사람의 실시간 개입 없이 스스로 방송하고 팬과 대화하는 'AI 크리에이터' 개발사가 첫 투자를 유치했다.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내는 캐릭터의 완성도보다, 그 캐릭터를 매일 라이브로 굴리며 팬 반응 데이터를 축적하는 '운영 역량'에 벤처캐피탈(VC) 자금이 붙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연기자도 대본도 없다…'AI 크리에이터' 첫 투자 유치[마켓인]


30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AI 엔터테크 스타트업 언엑스(UNX)는 카카오벤처스가 주도한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슈미트와 마크앤컴퍼니가 공동 참여했다. 투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언엑스는 올해 1월 설립된 회사로 6개월여 만에 첫 기관 자금을 확보하는 쾌거를 거뒀다.

언엑스는 자체 개발한 시스템 '팬덤엔진'을 기반으로 캐릭터 지식재산(IP)을 팬과 실시간으로 연결한다. 사람이 방송의 전체 방향과 운영 기준만 설정하면, 이후 상황에 맞는 대화와 행동은 AI가 생성하며 방송을 이끌어간다. 캐릭터 그룹 'AISA 고등학교 스트리밍부'와 '사주오빠' 등 자체 IP를 기획·운영하고 있다.

언엑스 투자가 주목받는 건 시장의 무게중심이 '사람이 연기하는 버추얼'(버추얼 크리에이터)에서 'AI가 스스로 크리에이터가 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버추얼 크리에이터는 연기자의 컨디션이나 감정 상태에 따라 캐릭터의 톤이 달라지고, 캐릭터 하나가 사람 한 명에 종속돼 확장에도 한계가 있었다. 팬덤엔진은 사람의 지속적인 개입 없이도 캐릭터의 성격과 세계관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기자 리스크와 가동 시간이라는 이 산업의 구조적 병목을 겨냥한 설계다.

수익 모델의 층위도 달라진다. 최근 VC 자금이 몰렸던 AI 캐릭터챗이 이용자와의 일대일 텍스트 대화에 머물렀다면, 언엑스의 AI 크리에이터는 다수 시청자와 동시에 소통하며 라이브 방송 특유의 '공동 경험'을 제공한다. 개별 구독·과금에 갇혀 있던 매출 구조가 후원과 커머스 등 팬덤 기반 수익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투자사들이 기술 자체보다 서비스 운영 경험에 무게를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캐릭터 생성 및 음성 합성 AI 기술은 빠르게 범용화되고 있지만, 수많은 시청자와 매일 안정적으로 소통하며 축적한 데이터는 단기간에 모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의 경쟁축이 '기술력'에서 '실전 운영 역량'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확장성의 또 다른 축은 외부 IP다. 팬덤엔진은 자체 IP뿐 아니라 파트너가 보유한 IP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언엑스는 이번 투자금을 AI 엔진·콘텐츠 분야 인재 채용과 팬덤엔진 고도화에 투입하는 한편, 웹툰과 엔터테인먼트, 게임, 뷰티 등 이미 팬층과 서사를 보유한 IP를 AI 크리에이터로 전환하는 파트너십을 확대할 계획이다. 자체 IP의 흥행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반복 매출을 만들 수 있는 구조다.

관건은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함께 커지는 변수들이다. 해외에서는 AI 스트리머 '뉴로사마'와 '시즈쿠 AI' 등이 선례로 꼽히지만, 플랫폼별 AI 생성 콘텐츠 정책과 수익화 기준, 원저작자 권리, 무인 운영 중 캐릭터의 발언 일탈 가능성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영역이다. 국내에서 유의미한 팬덤 지표가 확인되는지가 이 모델의 확장 속도를 가를 전망이다.

이 딜을 주도한 김지웅 카카오벤처스 이사는 "AI 크리에이터의 승부처는 캐릭터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라이브 방송에서 수많은 팬과의 상호작용을 매일 안정적으로 굴리면서 데이터를 쌓아가는 운영 역량"이라며 "틱톡에서 플랫폼과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직접 키워본 팀이 그 노하우를 팬덤엔진이라는 시스템으로 풀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자인 김광민 대표는 틱톡 코리아 초기 멤버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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