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검 © 뉴스1 권준언 기자
공익적 제도인 임상시험을 의료기기 판매 수단으로 악용해 전국 의료기관에 42억 원을 지급한 의료기기업체 제노스와 대학병원 교수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자사 기기 사용량에 따라 연구비를 지급한 리베이트로 판단했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훈)는 30일 제노스와 대표이사 A 씨, 전직 이사 B 씨를 의료기기법·공정거래법 위반과 배임증재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제노스로부터 연구비나 판매수수료를 받은 대학병원 교수 6명도 의료법 위반과 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환자 등록하면 연구비…53개 의료기관에 42억 원
검찰에 따르면 제노스는 2016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전국 53개 의료기관에 자사 심혈관용 스텐트의 '시판 후 임상시험'을 제안하고 연구비 약 42억 원을 지급했다.
심혈관용 스텐트는 건강보험 급여 대상으로, 좁아진 심장 혈관이 다시 막히지 않도록 혈관 안에 넣는 금속 그물망 형태의 의료기기다.
시판 후 임상시험은 판매 중인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하는 제도다. 그러나 제노스는 병원이 자사 스텐트를 시술한 환자를 연구 대상자로 등록하면 1명당 20만~115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제노스가 자사 스텐트를 사용한 환자 수에 맞춰 연구비를 지급한 것으로 판단했다. 의료진의 추가 진료나 의료행위 없이 환자 상태만 추적하면서 제품을 많이 사용할수록 더 많은 돈을 주는 방식이었다.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급된 의료기기 대금 일부가 연구비 명목으로 병원에 되돌아간 것이다. 검찰은 업체가 별도 비용 부담 없이 매출을 늘리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리베이트 재원으로 활용했다고 판단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제노스 직원이 연구 기록을 대신 작성하거나 관찰 내용을 제대로 입력하지 않았는데도 돈이 지급됐다. 결과 보고서나 논문 작성 여부와 관계없이 환자를 등록하기만 하면 연구비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시판 후 임상시험은 시판된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의료기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공익적 제도"라며 "이를 의료기기 거래를 유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비 받고 '유령 대리점'까지…20년간 경제적 유착
제노스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대학병원 의사 6명은 임상시험 연구책임자로 참여해 각각 1100만~4억 81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돈은 제노스가 전국 53개 의료기관에 지급한 연구비 약 42억 원에 포함된다.
이 중 대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C 씨는 아내 명의 법인을 제노스의 판매대리점으로 끼워 넣고, 대학병원 납품 청탁의 대가로 2018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판매수수료 명목의 약 7억 78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해당 법인은 실제 영업이나 배송, 재고 관리 등을 하지 않았다. 판매대리점 업무는 대부분 제노스 직원들이 맡았다.
검찰은 제노스와 C 씨가 약 20년간 기술 자문과 비상장주식 보유, 판매대리점 운영, 임상시험 등을 통해 경제적 이해관계를 이어온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4월 제노스와 대학병원 등을 압수수색한 뒤 지난달 A 씨와 C 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임상시험을 이용한 신종 리베이트와 판매대리점을 가장한 우회적 리베이트 구조를 밝혀낸 최초 사례"라며 "의료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와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불법 리베이트 범죄에 엄정 대응하고 범죄수익도 철저히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eon@news1.kr









